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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당진 올가 유기농 고구마밭에선 달콤함이 주렁주렁

Jadam | 201311

호박고구마와 밤고구마는 어떻게 구별할까? 고구마는 다른 작물에 비해 재배가 크게 어렵지 않다는데 그 맛과 품질은 둘쑥날쑥하다. 왜 그럴까? 하늘이 부쩍 높아진 가을 어느 날, 충남 당진으로 차를 몰았다. 파란 하늘 밑, ‘투둑’ 소리와 함께 줄기를 힘껏 잡아당기면 올가 유기농 호박고구마가 주렁주렁 딸려 나오는 수만 평 고구마밭에서 고구마의 달콤한 비밀을 캐봤다.

 

구가마 산지

 

누구나 좋아할만한, 맛있는 고구마 간식 요리법을 하나 소개한다. 두툼한 3중 스테인리스 냄비(5중이면 더 좋다)에 종이 호일을 두 세 겹 깐다. 고구마를 넣은 다음 냄비 뚜껑을 덮고 중불에 올린다. 뚜껑은 구멍이 없어야 한다. 10분쯤 지나면 약불로 줄여 40분 이상 더 익힌다. 고구마가 고루 익도록 중간에 한두 번 위치를 바꿔준다. 고구마가 말랑해지면서 껍질에 꿀이 방물방울 맺히면 완성! 호호 불며 반을 쪼개보자.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노르스름한 속살에 절로 웃음이 날 것이다. 혀에 닿자마자 씹을 새도 없이 사르르 녹아내리는 이것의 정체는, 아이들이 과자보다 더 좋아한다는 올가의 스테디셀러 ‘올가 유기농 호박고구마’다. 단언컨대, 거리에서 우리를 유혹하는 그 군고구마보다 곱절은 더 촉촉하고 달콤하다. 참, 까맣게 타버린 냄비 바닥은 어떻게 하냐고? 베이킹 소다를 넣고 한소끔 끓이면 다시 말끔해지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고구마 산지2

 

갓 캤을 땐, 선명한 붉은빛
지독한 더위가 가시고 하늘이 부쩍 높아진 10월 어느 날, 충남 당진의 올가 유기농 호박고구마밭으로 향하는 내내 구름 구경에 신이 났다. 새벽녘 서울 하늘에서 본 건 두루마리구름, 서해안고속도로를 지날 적엔 바다 반, 면사포구름 반, 당진으로 접어들자 새털구름~. 송악읍 금곡리 올가 고구마밭 위에는 뭉게구름이 둥실 떠 있다. 마침 고구마 수확이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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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트랙터(고구마 순 치는 기계)가 탈탈 소리를 내며 지나가자 고구마 줄기와 바닥의 흙이 회오리치듯 떠올랐다가 사방으로 흩어진다. 그 뒤로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쪼그려 앉아 잰 호미질 중이다. 팔꿈치를 뒤로 쑥 당길 때마다 ‘투둑’ 소리와 함께 고구마들이 주렁주렁 딸려 나온다. 우와, 심봤다! “너무 크고 굵으면 맛이 없어요. 울퉁불퉁하지 않고 이렇게 매끈해야죠.” 고구마 농부 정칠화 씨의 손바닥 위에 놓인 그 고구마가 가을볕에 반짝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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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만 평 밭에 오직 호박고구마만 심는 이유
고구마는 삶았을 때 물기가 적어 포실포실한 밤고구마와 물기가 많아 촉촉한 물고구마로 나눈다. 보통 전분 함량이 23~25퍼센트이면 밤고구마, 18~19퍼센트이면 물고구마라고 한다. 노란고구마, 꿀고구마, 자색고구마, 호박고구마 등이 물고구마에 속한다. 호박 고구마는 촉촉하고 부드러우며 단맛이 강해 아이들이 좋아한다. 물기가 많으니 찌거나 삶는 대신 구우면 더욱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밤고구마의 잎은 처음부터 초록빛이지만 호박고구마는 보랏빛을 띠다가 초록빛으로 변한다. 밤고구마는 줄기에 잔털이 있고 굵기도 가늘지만, 호박고구마는 매끈하고 굵다. 하지만 캐고 나면 수십 년 경력의 고구마 농부도 가릴 수 없을 만큼 구분이 어렵다. 정칠화 씨가 수만 여 평의 밭에 오직 호박고구마만 심은 건, 자칫 밤고구마와 뒤섞일까 하는 걱정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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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가 고구마에서 올가 고구마가 자란다
올가 유기농 호박고구마는 올가 유기농 호박고구마에서 자란다. 다시 말해 가을에 수확한 고구마 중 특히 건강한 고구마를 가려 잘 보관해두었다가 씨고구마로 쓴다는 말이다. “2월 무렵 따뜻한 하우스 안에 모종을 합니다. 눈이 땅으로 가도록 해서 심는데요. 잔뿌리가 있는 쪽이 배, 반대편이 등, 즉 눈이 있는 쪽이에요.” 심어둔 씨고구마에서 싹이 나고 줄기가 다섯 마디쯤 올라오는 4월이면 밭으로 옮겨 심는다.

유기농 고구마 재배에서 가장 신경이 많이 쓰이는 작업은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무성하게 자란 잡초를 뽑는 일이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신경이 많이 쓰이고 힘이 드는 작업은 바로 수확이다. 땅 위에는 고구마순이 엉켜 있고, 땅속에는 고구마 뿌리가 엉켜 있어 안 그래도 껍질이 얇은 고구마에 상처를 내지 않고 캐내기가 쉽지 않다. 올해 첫 수확은 8월 15일, 대개 10월 말까지 수확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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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맛있는 고구마는 드물다, 왜?
다른 작물에 비해 고구마는 병과 해충의 피해가 덜해 재배가 크게 어렵지 않다고 알려져 있다. 어지간하면 웬만큼 길러낼 수 있는 것이 고구마인데 반해 그 맛과 품질은 둘쑥날쑥하다. 차이는 재배 환경, 즉 땅과 농부의 기술, 그리고 수확 이후의 과정에서 비롯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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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는 작물의 특성상 해마다 객토(토질을 좋게 위해 다른 곳에서 흙을 파다가 논밭에 옮기는 일)를 해주어야 한다. 이곳에서는 영양이 풍부한 인근 서해안 황토를 가져와 섞어준다. 여기에 질 좋은 천연 유기질 비료와 미생물액, 바닷물을 뿌려 다양한 미네랄을 더한다. 살균제를 대신하는 건 매실 농축액이다. 물론, 객토를 할 때마다 올가의 토양 검사가 이루어진다. 대개 유기농 고구마에 행해지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의 검사 항목은 100여 가지. 올가는 이보다 곱절 많은 210여 가지 검사를 진행한다.

호박고구마의 맛에 반해 농사를 시작했다는 정칠화 씨는 올가와 인연을 맺은 지 10년을 훌쩍 넘긴 만큼 유기농업에 대한 애정이 깊다. “옛날에는 화학 비료 따위 안 뿌려도 잘 자랐어요. 흙에는 10억 마리 이상의 미생물이 있다고 하잖아요. 농사는 자연이 짓는 겁니다. 사람은 그저 관리만 할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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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어링’이라는 고구마 치료법
고구마는 가을에 수확해 이듬해 여름까지 먹는 저장식품이지만 가정에서는 자칫하면 곰팡이가 피거나 짓무르고 썩기 쉬워 두고 먹기 어렵다. 특히 밤고구마에 비해 물기가 많은 호박고구마는 보관이 더욱 쉽지 않다. 이런 문제를 조금이나마 줄이기 위해 올가의 모든 고구마들은 반드시 ‘큐어링(curing)’이라는 과정을 거친다. 큐어링은 고구마를 캘 때 생긴 표면의 작은 상처에 병원균이 침입하는 것을 막는 치료법의 일종. “수확한 고구마를 33~35도씨, 습도 80~90%에서 4~5일 동안 놔두면 상처 난 부위의 수분이 증발하면서 코르크층이 생겨나 세균의 침입을 막을 수 있습니다. 또 고구마 표면이 전체적으로 살짝 코팅되는 효과도 있어 고구마의 신선도도 오래 유지되고 저장성도 높일 수 있지요.” 올가 상품관리팀 강현식 과장의 설명이다. 물론, 이보다 우선한 건 역시 잘 키운 고구마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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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도, 습도까지 관리해요!
수확 후 ‘큐어링’이라는 치료 과정까지 거친 올가 고구마들은 이제 저장 창고로 옮겨진다. 가정집처럼 말끔하게 잘 지어진 창고 안으로 들어서자 묘한 정적이 감돈다. 장난감 블록처럼 차곡차곡 쌓아올린 상자에 담긴 건 숙면 중인 고구마들. 환기가 잘 되고 직사광선이 들지 않아 고구마들의 잠자리로 안성맞춤인 이곳에서는 아까 밭에서처럼 흙냄새가 난다. “고구마가 가장 신선한 상태로 유지될 수 있도록 온도 13~14도씨, 습도 80~90퍼센트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문을 열고 닫을 때마다 온도 변화를 최소화하기 위해 창고 안을 여러 개의 방으로 나누고, 군데군데 벽을 쳐두었고요.”(올가 강현식 과장) 고구마는 저장 상태가 좋지 않으면 속부터 썩기 시작하니 반드시 반으로 잘라 속까지 확인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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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르르 녹는 달콤함의 비밀
달콤하고 맛있기로 소문난 올가 유기농 호박고구마의 당도는 16~17브릭스. 놀랍게도 어지간한 포도보다 높다. 당도와 함께 올가의 관능검사에서 빠지지 않는 것 중 하나는 고구마 속 섬유질 함량이다. 토양이 좋지 않으면 뿌리(속 섬유질)가 지나치게 발달해 식감이 억세고 질기기 때문이란다.

호박 고구마는 시간이 흐를수록 전분이 점질화되어 당도가 올라간다. 일 년 중 고구마가 가장 맛있을 때는 수확 후 충분한 숙성 과정을 거친 한 달 후부터다. 고로, 딱 이맘 때 먹는 올가 유기농 호박고구마가 가장 맛있는 호박고구마인 셈이다.

CREDIT

프리랜서 작가 한정혜

사진MRcom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