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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제주 친환경 당근 ‘숲’에 가다!…풀무원녹즙 당근즙 산지 탐방

Jadam | 201401

이곳의 흙은 칠흑처럼 검다. 육지의 어느 흙보다도 검고 가벼우며, 부드럽고 곱다. 기름지다. 이런 흙에 뿌리 내린 당근은 줄기를 움켜쥐고 살짝만 당겨도 ‘쑥’ 뽑힌다. 순식간에 뽑혀 나온 당근 빛깔이 어찌나 맑고 또렷한지 눈이 부시다. 풀무원녹즙 ‘당근즙’의 그 당근이 태어난 곳, 제주도 푸른 하늘 아래에서 싱싱한 당근을 깨물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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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사삭~!” 까만 땅에서 갓 캔 촉촉한 당근을 한입 베어 물자 싱그러운 당근향이 코끝을 찌른다. 아, 향긋하고 달다. 지금껏 먹어본 당근 중 단연 으뜸이다. 이런 당근이라면 매일 매끼마다 밥 먹듯 먹을 수 있겠다. 볶음밥 속에 박힌 주황색 당근 조각을 살그머니 골라내던 내가 어느새 당근이란 채소를 생으로 먹기 시작한 건, 당근도 맛으로 먹는 참 맛있는 음식이라는 깨달음을 얻은 건 모두 ‘이 날 이 밭의 이 당근’ 덕분이다.

베타카로틴이 풍부한 기특한 채소
대부분의 아이들, 그리고 꽤 많은 어른들이 싫어하는 채소 중 하나인 당근은, ‘당연히’ 몸에 참 좋다. 당근에는 식이섬유와 카로틴이 풍부하고 비타민B와 C, 철분, 칼슘, 인 등 비타민과 미네랄이 고루, 알맞게 들어 있다. 유럽과 미국의 자연요법 의사들은 ‘만병의 묘약’이라고 했고, 심지어 인삼이 나지 않는 일본에서는 인삼 대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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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이 주황색을 띠는 건 카로틴이라는 색소(붉은색, 노란색) 때문인데, 카로틴은 우리 몸 안에 들어가면 지용성 비타민A로 바뀐다. 그래서 피부를 곱고 촉촉하게 하려면, 시력 저하와 야맹증을 예방하려면 당근을 꾸준히 먹으라고 한다. 여기서 잠깐. 비타민A는 몸에서 쓰고 남은 과잉분이 쌓이면 독성을 나타낼 우려가 있지만, 당근에서 얻은 카로틴은 필요한 만큼만 비타민A로 전환되기에 양껏 먹어도 안전하다니 얼마나 기특한가. 암 예방 성분인 베타카로틴이 가장 많은 든 식품도 당근이란다.
이렇게 풍부한 영양에 예쁜 색과 모양까지 겸비한 팔방미인 당근의 인기가 다른 채소만 못한 건 혹시 제대로 잘 키운, 정말 맛있는 당근을 먹어보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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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당근의 산지 제주도에 가다
초겨울에 찾은 제주의 공기는 여전히 맑고 산뜻했다. 미세 먼지가 극성인 서울 도심에서는 종종거리며 얕은 숨을 쉬었지만 이곳에 오니 어깨가 쫙 펴지고 호흡이 깊어진다. 남쪽 섬 제주가 지닌 천혜의 자연은 특히 채소를 재배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쪽파, 양파, 브로콜리, 양배추, 무, 배추 등 제주에서 안 나는 게 없어요. 제주만한 섬 셋만 있으면 모두들 한겨울에도 맛있는 채소를 실컷 먹을 수 있을 겁니다.” 제주도에서 당근 밭을 일구고 있는 최병현 대표가 옆에서 흥(!)을 돋운다. 우리나라 당근의 절반도 이곳 제주에서 난다. 그리고 제주 당근 중 가장 싱싱하고 맛있는 당근으로 꼽히는 것이 바로 이 댁 당근, 풀무원녹즙 ‘당근즙’이 되는 그 친환경 당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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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무원녹즙 당근 밭으로 가는 길은 즐거웠다. 꼬리를 살랑대며 풀 뜯는 조랑말도 보고, 향긋한 감귤나무도 보고, 구멍 숭숭 뚫린 현무암으로 쌓아 올린 어느 집 멋진 돌담도 구경하느라 눈이 모처럼 호사를 했다. 오름(야트막한 산 같은 화산구를 일컫는 제주 방언) 사이 너른 갈대밭을 지나 해안도로로 접어들자 익숙한 오름이 눈에 들어온다. 성산일출봉이다. 

 

흙빛 솜이불 위에 서서
고불고불 숲길과 논두렁길을 따라 한참을 더 들어갔다. 길게 늘어선 나무 병풍을 헤치고 너른 밭에 발을 들이밀자 최대표의 기운찬 목소리와 함께 뜻밖의 풍경이 펼쳐졌다. “바로 여깁니다!” 이곳은 밭이 아니라 ‘숲’?! 당근의 실물이라곤 마트 진열대에서 말끔히 닦인 주황색 몸뚱이만 봐온 도시 사람에게는 경이롭기까지 한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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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 뻗은 싱싱한 줄기와 가는 붓으로 그려 넣은 듯 섬세하고 수려한 이파리들이 무릎 아래에서 숲을 이루고 있다. 저 너머로 하얗게 눈이 내린 한라산이 우뚝하고 아스라이 서서 당근 밭을 내려다보고 있다. 사방이 고요하다. 걸을 때마다 발자국 소리가 너무 크게 들리니 마치 소인국에 온 거인이라도 된 기분이 들어 망설이며 서있는데 최대표가 “느낌이 좋다”며 ‘숲’ 안으로 이끈다. 어라, 방금 턴 솜이불을 밟는 것처럼 땅이 폭신폭신하다. 무성한 연초록빛 줄기를 들추니 까만 땅에 박힌 선명한 주황빛 뿌리가 드러난다. 모양과 빛깔의 조화가 있는 그대로 땅과 물과 해가 빚은 작품 한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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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의 흙은 칠흑처럼 검다. 정확히 말하면 화산재다. 그래서 육지의 어느 흙보다도 검고 가벼우며, 부드럽고 곱다. 기름지다. 이런 흙에 뿌리 내린 당근은 줄기를 움켜쥐고 살짝만 당겨도 ‘쑥’ 뽑힌다. 순식간에 뽑혀 나온 당근 빛깔이 어찌나 맑고 또렷한지 눈이 부시다. 뽑힐 때의 손맛이며 갓 뽑아 올린 당근의 맨 얼굴은, 가슴이 두근거릴 만큼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은밀한 곳에 있는 까닭
서귀포시 성산읍과 표선읍, 해발 300미터 지점. 풀무원녹즙 ‘당근즙’이 될 친환경 당근들은 다른 밭의 다른 작물들과 떨어져 외따로 자란다. “친환경농법으로 재배하다 보니 무엇보다 터를 잘 골라야 해요. 화학비료 같은 걸로 오염된 땅이어서도 안 되고, 비산(인근에서 날아드는 농약)도 조심해야 하고요. 그러다 보니 애초에 밭이 아니었던 곳, 인적이 드문 곳을 찾아 개간을 한 거지요.” 풀무원녹즙 친환경 당근 밭이 제주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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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 밭 주변을 에워싼 쑥대나무는 혹시 모를 비산을 막기 위해서이고, 밭 한 편에 있는 한 무더기의 돌은 지난했던 개간의 흔적이다. “개간은요, 우선 땅을 파서 흙 따로, 돌 따로 모아요. 여긴 돌이 지긋지긋하게 많아요. 파도 파도 계속 나옵니다. 돌이 거의 없을 때까지 팠다 싶으면 캐낸 돌을 깔고 흙을 덮지요. 그러면 물 빠짐이 참 좋아요. 푹신푹신하고 질지 않지요.” 

 

오직 자연과 사람의 힘으로
친환경 당근 한 알은 씨앗을 뿌리는 그 순간부터 수확까지의 모든 과정이 오직 자연과 사람의 노동으로 이루어진다. 사람이나 제주의 땅에 해가 될지도 모를 독한 약을 치는 일은 결코 없다. “당근은 원래 병충해가 많은 작물입니다. 제주 당근의 경우 겨울 작물이어서 해충 피해가 육지보다는 덜하지만 우리는 친환경재배이다 보니 아무래도 신경이 더 쓰이죠.” 화학약품을 대신하는 건 천연 미생물액을 비롯한 친환경 제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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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친환경 당근 재배에 있어 제초는 ‘수행’과도 같다. 눈 딱 감고 풀씨 죽이는 제초제를 한두 번 치면 끝날 일을 “다리 뻗고 마음 편히 자기 위해”, “옛날 그대로의 당근 맛을 위해” 너른 밭을 샅샅이 누비며 풀 뽑는 일을 족히 대여섯 번은 반복하느라 허리가 끊어진다. “당근이 한창 자랄 때는 당근보다 풀이 크면 안 되니까 더 신경을 써서 손으로 다 뽑아주어야 해요. 친환경농법에서 인건비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그렇게 열심히 뽑았는데도 이곳 친환경 당근 밭에는 여전히 풀이 무성해 이랑과 고랑을 구분할 수 없을 정도다. 이곳 당근이 확실한 친환경이라는 증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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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은 전국 각지에서 연중 고르게 수확된다. 봄 당근은 주로 김해에서, 여름 당근은 평창, 가을 당근은 이천, 서산 등지에서 수확하는데 이들 육지의 당근들은 주로 하우스에서 재배된다. 풀무원녹즙의 제주 친환경 당근은 전량 노지에서 재배하기 때문에 기후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 최근 지구온난화에 따른 이상 기온으로 당근 밭 농부는 노심초사를 넘어 달관의 경지에 올랐다. “제주에는 수로가 없으니 하늘만 믿고 씨를 뿌립니다. 비가 안 오면 씨가 말라 죽기 때문에 다시 뿌려야 해요. 몇 해 전에는 장마 끝나고 씨를 뿌렸는데도 비가 억수같이 퍼부어 씨가 모두 떠내려가는 바람에 다시 뿌려야 했어요. 올해 날씨요? 태풍이 세 번이나 지나갔습니다. 허허.” 

 

못생긴 당근이 당근즙이 될 수 없는 이유
당근의 재배 기간은 보통 100일에서 120일쯤인데, 제주 당근은 150일, 길게는 180일까지 간다. 제주 당근이 육지의 것보다 훨씬 더 달고 알도 굵은 비밀이 바로 여기 있다. 기온이 낮은 육지에서는 당근이 얼어버리기 때문에 얼른 수확을 해야 하지만 따뜻한 제주에서는 땅속에서 겨울나기가 가능하다. “겨우내 땅속에서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는 사이 당근의 세포 밀도가 높아져 더 아삭거리고 당도도 더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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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 8월에 파종한 제주 친환경 당근의 수확은 1월부터 시작해 3월 말까지 이어진다. 10여 명이 3개조로 나뉘어 첫 번째 조가 당근을 뽑으며 앞으로 나아가면, 두 번째 조는 이파리를 자르고, 마지막 조가 눈으로 하나하나 확인해가며 상자에 담는다. 당근은 대개 크기와 상태에 따라 특, 상, 왕의 세 등급으로 나뉜다. 풀무원녹즙의 당근은 녹즙용이 아니라 생식용 정품으로 15~20센티미터 남짓한 크기의 쭉 뻗은 ‘특’과 ‘왕’에 해당한다. 만약 울퉁불퉁 못 생겼거나 몸에 손톱만한 상처라도 있으면 풀무원녹즙의 ‘당근즙’이 될 수 없다. 보관 중에 미생물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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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무원녹즙 마케팅팀의 김정희 담당자는 “당근은 1년에 단 한번 수확해 1년 내내 두고 먹는 채소이기 때문에 신선도 유지가 관건”이라고 강조한다. 잘 길러 밭에서부터 잘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당근을 비롯한 풀무원녹즙 제품의 모든 원료들을 계약 재배하는 것도 재배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눈으로 직접 보고 확인하기 위해서입니다.” 

 

당근즙으로 다시 태어나기까지
온갖 비싸고 좋은 것들이 백화점으로 향하던 시절, 서울의 유명 백화점 식품 매장에만 놓이던 콧대 높은 이곳 당근은 이제 바른먹거리 ‘당근즙’이 되기 위해 HACCP(식품위해요소 중점관리기준) 인증을 받은 풀무원녹즙 도안 공장(충북 증평군)으로 옮겨진다.
도안 공장에 도착하자마자 1급수 물에 깨끗이 씻긴 다음 냉장창고에 보관되는데, 이때 공기 접촉과 온도 변화를 최소화하기 위해 하루에 팔려나갈 ‘당근즙’ 분량만큼만 포장해 두고 매일매일 착즙실로 옮긴다. 이 착즙실이란 데는 까칠하기 그지없는 데여서 온몸, 심지어 위생장화의 바닥까지 멸균 상태로 만들지 않으면 열리지 않는 육중한 스테인리스 문을 달고 있다. 씨 뿌리기 전 토양 검사부터 중금속 검사, 일일 관능검사까지, ‘제주의 그 당근’은 무려 80여 가지의 검사를 거치고 나서야 비로소 풀무원녹즙의 ‘당근즙’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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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무원녹즙의 산지 관리만큼이나 인상적인 건 온도 관리이다. 우리나라의 냉장 유통 온도 법적 기준은 10도씨, 풀무원녹즙 기준은 5도씨. 풀무원녹즙의 당근과 ‘당근즙’은 풀무원만의 ’콜드 체인(Cold Chain) 시스템‘에 따라 그곳의 온도, 예를 들면 당근 밭의 저장고부터 녹즙 공장, 배송 차량 등의 내부 온도가 인공위성으로 통제, 관리(온도 모니터링 시스템)된다. “고객에게 배달이 완료된 다음 마시기까지도 5도씨가 유지될 수 있도록 ’당근즙‘은 꼭 냉장 주머니에 넣어 전해드리고 있어요.” 모닝스텝의 배송 가방도 상온의 대리점이 아닌 5도씨보다 낮은 2도씨의 풀무원녹즙 공장 물류센터 안에서 꾸려지는데 한 병의 녹즙이 단 몇 분의 온도 변화도 겪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고 하니 세심한 마음씀씀이가 놀라울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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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갓 캔, 맛있는 당근을 먹고 싶다면
“풀무원과 일한 지 벌써 20년쯤 되었네요. … 풀무원의 장점은 오래된 농가를 안고 간다는 겁니다. 농민들도 서로 조심하고요. 저는요, 바른먹거리를 하려고 친환경농업을 합니다. 농사의 가장 큰 매력은 예쁘고 깨끗하게 잘 키운다는데 있는 것 같아요.” 최대표의 말이 공허하게 들리지 않은 건 한국 유기농업의 아버지라 불리는 풀무원농장 원경선 원장 이야기를 할 적마다 사춘기 소년처럼 설레어하던 그의 표정과 눈으로 보고 혀로 맛본 그 날의 친환경 당근 때문인 듯싶다.
온순하고 겁 많은 노루가 몰래 와서 먹고 가는 맛있는 당근, 이곳 농부들이 일하다가 출출하면 밭고랑에 고인 물에 쓱쓱 씻어 먹는 믿음직한 당근. 매일 그 밭에 갈 수 없으니 아쉬운 마음에 그 밭의 당근이 그대로 담겼다는 풀무원녹즙의 ‘당근즙’을 꿀꺽! 고맙게도 바로 제주 당근 숲에서 갓 캔 그 당근 맛과 당근 향이 달큰하게 목구멍으로 넘어간다. 

CREDIT

프리랜서 작가 한정혜

사진MRcom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