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담큰 편집실] P.S. 봄이 되어 달라진 것

By on 4월 9, 2015

봄을 맞아 몇 가지 달라진 것들이 있습니다. 우선 개인적으로는 회사 주차장에서 차가 뚱뚱하다는 이유로 쫓겨나 조금 더 먼 야외 공영주차장에 차를 대게 됐습니다. 더 많이 걷게 됐다며 삐쳐있었는데 하루쯤 걸어보니 “나름대로”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조금 더 걸어야 하다 보니 운동화를 신게 되고 이어폰을 귀에 꽂을 시간도 벌게 됐거든요. 어쩐지 자신이 착실하게 느껴지면서 “기왕이면” 도시락도 한번 싸볼까, 하는 충동마저 생기더군요. 한번 만들어두면 일주일이 든든해지는 도시락 반찬 레시피는 <자담큰> 봄호 ‘오늘 뭐 먹지?’에 올라올 예정이니까요. 

DSC04327하루키의 오믈렛 스승인 무라카미라는 셰프(하루키와 이름이 같아 재밌지요)에게는 오믈렛 전용 팬이 있는데요. 튀김 같은 걸 먼저 해서 기름을 충분히 먹인 무쇠 팬이라는군요. 다른 용도로는 일절 사용 않고 관리도 조심조심. 조금만 얼룩이 남아도 달걀이 삐쳐서 예쁘게 미끄러져주지 않는다나요. 이전까지만 해도 머스트 해브 아이템으로 ‘오븐’을 꼽았었는데 하루키의 오믈렛 스승 얘기를 듣고 나서는 별안간 오믈렛 전용 팬을 한번 길들여 보리라 결심하게 됐습니다. 참, 그래도 <자담큰> 봄호에 소개될 달걀 간식들인 보름달처럼 둥근 카스텔라와 누르면 어린 시절의 추억을 소환해줄 것만 같은 버튼 모양의 계란 과자는 오븐이 있어야 만들 수 있답니다. 결국 오븐도 팬도 필수템! 

DSC04296<자담큰> 요리 촬영일이 하루에서 이틀로 하루가 더 늘었습니다. “하루에 요리 열아홉 컷은 너무 많지 않아요?” 포토그래퍼 실장님과 푸드 스타일리스트 실장님이 조심히 사인을 주고받더니 이틀은 필요한 일감이라고 결론을 내립니다. 노동 시간이 무려 하루나 늘었지만 어쩐지 재미난 면도 생겼습니다. 예전에는 촬영을 마치고 “다음호까지 안녕!” 이렇게 어딘가 아쉬운 기분으로 헤어지곤 했는데요. 봄호 촬영 때는 첫째 날 저녁 느지막이 헤어지며 이런 인사를 나눌 수 있게 됐거든요. “내일 또 봐요.” “아예 작업실에서 하룻밤 자버릴까요?” 

DSC04306생애 최초로 봄 휴가를 가보기로 했습니다. 약간은 봄방학 같은 느낌이랄까요. (그러니까 결국 여름휴가도 가긴 갈 거라는 얘기입니다.) 날 좋은 날, 산책하듯 여행하고 싶었거든요. 목적지는 홍콩. 홍콩인들이 안녕을 기원한다는 향 연기 자욱한 사원, 현지인이 추천하는 조그만 소품가게, 가스등이 켜지는 옛스러운 거리, 매일 만드는 생면으로 파스타를 삶아주는 소박한 프라이빗 레스토랑도 가보고 테라스가 있는 카페에서 무화과 스콘에 밀크티를 맛보며 느긋하게 책도 읽을까 합니다. 봄에 읽기 좋은 책도 ‘트렌드리포트’ 코너에 몇 권 소개할 예정이니 조금만 기다려보세요. 첫 번째 책은 <집밥 인 뉴욕>, 기대되시죠? 

DSC04328개인적으로 개나리도 벚꽃도 만발한 4월이 진정한 봄이라고 생각하는 편인데요. 누군가 그러더군요. 봄이 찾아오는 기준을 벚꽃에 두고 제주도에 벚꽃이 피는 날과 서울에 벚꽃이 피는 날의 간격으로 제주도와 서울까지의 거리를 나눠보면 봄이 초속 몇 킬로미터의 속도로 올라오는지 잴 수 있다고요. 올해 봄이 찾아오는 속도는 초속 몇 킬로미터였는지 모르겠지만(수학이랑은 대학 입학과 함께 안녕을 고했으니 계산은 독자 여러분에게 양보하겠습니다.) 이 봄이 떠나기 전에 알찬 기사들과 요긴한 레시피로 찾아뵐 것임은 분명히 약속드릴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내일 또 봐요.” 

DSC04338글. <자연을담는큰그릇> 편집실
사진. MRco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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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무원과 자연을담는큰그릇에 오래도록 연정을 품고 있는 구력있는 전문 프리랜서 기자들과 풀무원 웹진 담당 에디터가 함께 '자연을담는큰그릇'을 만들어나가는 공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