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사의 눈꽃나베…<새 출발의 밥>

By on 2월 12, 2016

D8Scjba+그 드라마
부산했던 낮이 밤으로 바뀔 무렵 시끄러운 도심 속 아주 깊숙한 곳에 위치한 어느 레스토랑의 불이 켜집니다. 그곳의 이름은 ‘봉비브르’. 프랑스어로 ‘행복한 인생’이란 뜻이죠. 이 레스토랑은 이 세상에서 사라진 요리를 재현해내는 레스토랑으로 하루에 단 한 명의 손님만 받습니다. 인생의 기로에 놓인 사람에게 초대장이 전달되고 그 사람은 담당 매니저를 통해 먹고 싶은 추억 속 요리를 주문합니다. 그리고 <새 출발의 밥>이라는 드라마 제목처럼 이 레스토랑의 요리를 먹고 난 사람들은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합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에피소드의 손님은 프로야구 선수인 우에마쓰 슌스케입니다. 데뷔 초에는 세간의 주목을 받는 투수였으나 4년 전 입은 팔꿈치 부상으로 2군을 전전하다가 최근 전력 외 통보를 받았습니다. 재기를 꿈꾸며 다른 구단의 입단 시험(트라이아웃)을 준비 중이지만 그조차도 희망이 보이지 않는 상태입니다.
그가 주문한 요리는 ‘은사의 눈꽃나베’. 7년 전 겨울 프로야구단 입단이 결정된 날, 열여덟의 슌스케가 자신의 은사인 기타하라 감독의 집에서 먹었던 요리입니다. 제자의 성공을 축하하기 위해 부인의 도움도 마다한 채 직접 주방에 선 기타하라 감독이 만들어준 요리는 잘 갈린 무가 눈꽃처럼 올라가 있는 일본식 전골요리 ‘나베’였습니다.

사실 기타하라 감독에게 슌스케는 제자 이상이었습니다. 부인이 몸이 약해 아이를 낳을 수 없는 상황에서 만난 재능이 없던 선수. 발도 느리고 지구력도 없지만 누구보다 강인한 끈기로 조금씩 성장해가는 슌스케를 마치 아들과도 같이 느끼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감독님의 마음이 전해져서 일까요? 더 이상 야구선수를 할 수 없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슌스케가 가장 맛보고 싶은 요리는 ‘눈꽃나베’였습니다.
슌스케가 요리에 대한 추억을 털어놓는 사이 주방에서는 그 이야기를 토대로 추억 속 눈꽃나베를 만들어 냅니다. 완성된 요리가 앞에 놓이고 슌스케는 몇 번이고 맛을 음미합니다. 그리고 감독님이 남긴 말을 떠올리며 다짐을 하죠. 그 시절 그 마음으로 재기를 위해 노력할 것을 말입니다.

“누구나 지쳐 쓰러질 때가 있어. 그런 건 문제가 되지 않아. 중요한건 어떻게 일어서느냐다.” 

+그 요리
이 드라마의 관전 포인트는 고객의 추억 속 이야기에 힌트를 얻어 그 시절 요리를 그대로 재현해 내는 과정에 있습니다. 요리를 맛본 지역, 그 지역의 향토 음식과 그 시절 유통 상황을 고려해서 세심하게 재료를 선정하는 과정은 추리물에 버금가는데요. 슌스케의 눈꽃나베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슌스케의 출신지인 이시카와현의 향토 음식인 눈꽃나베는 무가 듬뿍 올라가는 것이 공통적이나 계절과 취향에 따라 두부, 닭고기, 굴, 방어 등 넣는 음식이 너무도 상이해 재현에 어려움을 겪거든요. 하지만 셰프들은 슌스케의 ‘톡톡 터지는 식감이 일품이었다’는 말에서 힌트를 얻습니다. 그 주인공은 바로 복어 누카즈케. 맹독의 복어알을 2년 이상 소금과 된장에 절여 독소를 빼낸 이시카와현의 일부에서 전승되고 있는 진미중의 진미죠. 드라마에서는 이 두 가지 포인트를 토대로 요리를 완성합니다만 <자담큰> 편집실에서는 눈꽃나베의 특징인 눈꽃처럼 올려진 무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부드러운 무와 진한 국물이 일품인 눈꽃나베. 어떻게 만드는지 한번 보실까요? 

웹진 - 점선2pmo웹진1602_요리in컬처_눈꽃나베눈꽃을 닮은 ‘눈꽃나베’ 

준비하세요(2인 기준)
무 1개, 표고버섯 3개, 목이버섯 2장, 양송이 4개, 배추 6장, 대파 1대(10㎝), 당근 ¼개, 실파 2대, 가쓰오 다시마 육수 재료{가쓰오부시 ½컵, 다시마 1장, 물 2½컵}, 양념장 재료{간장 3큰술, 설탕 ½큰술, 청주 1½큰술, 미림 1½큰술, 다진 생강 1작은술, 다진 마늘 1작은술} 

만들어보세요
1. 냄비에 물과 다시마를 넣고 끓인다. 끓으면 다시마는 빼고
   가쓰오부시를 넣고 1분정도 끓인 후 육수만 걸러낸다.
2. 무는 믹서기에 곱게 갈아둔다.
3. 표고버섯, 양송이버섯은 겉에 붙은 불순물을 붓으로 털어 내고
   기둥을 제거한 뒤, 6등분한다.
4. 배추는 한 입 크기로 어슷 썰어둔다.
5. 대파는 얇게 어슷 썰고 실파는 둥글게 송송 썰어둔다.
6. 당근은 0.5㎝ 두께로 썬 후 모양 깍지로 찍거나 반달 형태로 편 썬다.
7. 나베용 냄비에 손질한 채소들을 담고 육수를 붓는다.
8. 양념장 재료를 섞어 부은 후 그 위에 ②의 갈아둔 무를 수북이 올린다.
9. 무가 투명해질 때까지 끓인다. 간을 본 뒤, 채 썬 실파를 뿌려낸다. 

사진. 톤 스튜디오
요리와 스타일링. 그린테이블 김윤정(자연요리연구가), 조현연/양서희(어시스트)

글을 쓴 차지훈은 홍보대행사 미스터커뮤니케이션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 악기, 보드, 슬라럼, RC 등 취미 갖기가 특기인 굉장히 활동적인 남자인데 의외로 담백한 일본드라마가 취향이다.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1리터의 눈물>.

웹진 - 카피라이트

About 자연을담는큰그릇 편집실

풀무원과 자연을담는큰그릇에 오래도록 연정을 품고 있는 구력있는 전문 프리랜서 기자들과 풀무원 웹진 담당 에디터가 함께 '자연을담는큰그릇'을 만들어나가는 공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