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담는 큰그릇

  • search

  • menu

LIFE

깊은 향 간직한 진녹색 바다 채소, 매생이

Jadam | 201702

한겨울에도 싱그러운 초록의 기운을 충만하게 느낄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바다의 채소’ 해조류를 즐기는 것이다. 해조류 중에서도 미식가들의 마음을 가장 설레게 하는 것이 바로 매생이다. 냄새만 맡아도 힘이 솟는 듯한 바다 향 물씬 풍기는 매생이로 특별한 겨울 식탁을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pmo웹진1702_매생이_메인

 

“연하고 부드러우면서도 달고 향기롭다”
매생이는 ‘겨울의 맛’ 선발대회가 열린다면 상위권을 다툴 식자재가 틀림없다. 정약전이 흑산도에서 귀양살이하며 쓴 <자산어보>에도 기록되어 있듯이 ‘연하고 부드럽고 달고 향기로운’ 매생이의 맛과 향은 한 번 경험한 사람은 쉽게 잊을 수가 없다. 파래와 비슷하지만 훨씬 더 가늘고 부드러워 ‘비단 파래’라고 불리기도 하는 매생이는 ‘생생한 이끼를 바로 뜯는다’라는 의미가 담겨 있는 우리말이다. 

이제는 ‘귀하신 몸’
어릴 때는 아주 진한 녹색이었다가 자라면서 색이 옅어지는 매생이는 머리카락보다도 가늘며 미끈거리는 성질이 있어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하기 힘든 아주 독특한 식감을 뽐낸다. 특유의 점질(粘質) 때문에 매생이는 아주 뜨겁게 끓여도 김이 잘 오르지 않는다. 이런 성질 때문에 “미운 사위가 오면 매생이국을 준다”는 옛말도 있다. 매생이국은 뜨겁지 않아 보여서 급하게 먹었다가 입 안에서 난리가 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끼처럼 청정한 지역에서만 사는 매생이는 바람과 물살이 세지 않은 따뜻한 곳을 좋아해 남도 앞바다에서 주로 나며 겨울에 채취된다. 한때 김 양식을 방해하는 쓸모없는 바다 잡초 취급을 받기도 했던 매생이는 지금은 그 어떤 해조류보다 ‘귀하신 몸’ 대접을 받는다. 

 

pmo웹진1702_매생이_메인2

 

이쯤 되면 겨울철 최고의 보양식
맛도 맛이지만 매생이가 주목 받는 이유는 매생이가 지닌 영양 가치 때문이다. 매생이에 가장 풍부하게 들어 있는 영양소는 철분과 칼슘이다. 보통 철분과 칼슘은 우유, 멸치, 뼈 등에만 많이 들어 있다고 생각하는데 매생이에 들어 있는 철분은 우유의 약 40배, 칼슘 역시 우유보다 5배 정도 높다고 한다. 빈혈이나 골다공증이 있는 여성들에게 매생이만한 영양제가 없다는 이야기다. 짙은 녹색을 띠는 매생이는 칼로리는 낮지만 엽록소와 식이섬유가 풍부해 빨리 포만감을 주면서도 소화도 잘 된다. 그래서 다이어트 하는 여성들에게도 아주 좋다.
매생이에는 아스파라긴산과 알긴산도 풍부하다. 숙취 해소에 좋다는 아스파라긴산이 콩나물보다 많이 들어 있어 최고의 속풀이 해장 음식 중 하나다. 또한 매생이는 다른 해조류처럼 점성을 지닌 알긴산이 풍부하다. 알긴산은 장 점막을 자극해 소화운동을 돕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며, 인체의 유해물질 배출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매생이는 니코틴 중화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흡연자들에게도 환영받을 만한 음식이다. 

재료가 ‘열일’하는 고마운 식자재
요리의 맛을 결정하는 것은 90% 이상 재료라고 한다. 이 말을 제대로 증명해 주는 재료가 바로 매생이다. 매생이는 역시 특유의 바다 향이 가장 큰 매력이다. 그래서 보통 국을 끓여서 많이 먹는다. 매생이 하면 떠오르는 환상의 파트너가 바로 겨울이 제철인 굴이다. 매생이와 굴만 있으면 요리와 담쌓은 사람도 최고의 매생이 굴국을 뚝딱 끓일 수 있다. 별다른 재료 없이 마늘과 참기름 또는 들기름 정도만 있으면 되기 때문이다. 국을 끓였다면 그 국물에 밥을 넣어 매생이 굴죽을 끓일 수도 있다. 설날에 먹는 떡국이나 출출할 때 먹는 라면에도 매생이를 넣으면 순식간에 ‘고급진’ 맛으로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다. 미끈미끈한 감촉이 부담스러운 사람이라면 매생이전을 해먹으면 좋다. 다른 재료도 필요 없다. 밀가루나 부침가루에 매생이만 잘게 썰어 넣고 기름을 두르고 부치면 끝이다. 매생이로 색다른 요리를 즐기고 싶다면 파스타에 응용해 보자. 매생이와 잘 어울리는 굴도 함께 넣어 오일 파스타를 만들면 올리브유에 매생이와 굴 향이 잘 배어 바다 냄새 물씬 풍기는 멋진 요리를 완성할 수 있다.
[‘매생이 굴 파스타’ 요리법 보러가기] 

 

pmo웹진1702_매생이굴파스타

 

매생이 고르는 법
매생이는 광택이 있고 선명한 녹색을 띠는 것을 고르는 것이 좋고, 남는 것은 먹기 좋게 잘라 냉동 보관했다 사용하면 된다. 매생이는 아주 길고 잘 엉겨 붙기 때문에 요리를 할 때 먹기 좋게 잘 잘라서 넣는데 수분이 많은 편이라 물은 조금 적게 넣는 것이 좋다. 오래 끓이면 너무 흐물흐물해지기 때문에 국을 끓일 때는 거의 마지막에 넣어야 한다. 

글을 쓴 전은정은 ‘목수책방’이라는 1인 출판사를 운영하며 자연, 생태, 농업 관련 책들을 펴내는 일을 하고 있다. 우리의 몸과 마음을 살리는 먹거리에 늘 관심이 많다.

CREDIT

프리랜서 작가 전은정

사진톤 스튜디오

요리&스타일링그린테이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