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라이프를 꿈꾸고 있다면

By on 5월 15, 2018

호텔 같은 집을 꿈꿨는데 현실은 잡다한 구멍가게였다. 이 집의 주인은 나일까, 아니면 내 물건들일까. 맥시멈에 달한 물건들로 체감온도마저 올라간 어느 날, 책이라도 몇 권 정리해볼까 싶어 책장을 살피다가 <심플하게 산다>(도미니크 로로 지음, 바다출판사 펴냄)를 발견했다.

심플하게 산다
그러니까 나의 미니멀라이프는 언제 샀는지도 기억나지 않는 이 책, 더 정확히는 제목만큼이나 심플한 표지로부터 시작되었다. 책 제목과 저자 이름만 박힌, 더 이상 뺄 것도 더할 것도 없이 똑 떨어지게 디자인 된 표지. 프랑스 여성 도미니크 로로는 단정하고 쉬운 문장으로 ‘심플한 삶’을 예찬하고, 심플한 삶을 더욱 멋지게 만들어줄 소소한 지혜들(다크 서클이나 머릿결 관리 같은)을 알려주었다. 그래, 책을 통해 대리만족이라도 느껴보자. 이 참에 미니멀리스트가 되면 더 좋고 말이지.

아무것도 없는 방에 살고 싶다
이심전심이라 끌린 <아무것도 없는 방에 살고 싶다>(미니멀라이프 연구회 지음, 샘터사 펴냄)는 다양한 직업을 가진 이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선택한 미니멀라이프의 사례들을 볼 수 있는 책이다. 좀 극단적으로 물건을 없앤 경우도 있지만 그들의 미니멀한 인테리어 감각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내가 편해지는 물건 고르기
<오늘부터 미니멀라이프>, <미니멀라이프 아이디어 55>(이상 미셀 지음, 즐거운 상상 펴냄)와 <물건은 좋아하지만 홀가분하게 살고 싶다>(혼다 사오리 지음, 심플라이프 펴냄), <내가 편해지는 물건 고르기>(Emi 지음, 한스미디어 펴냄>에는 당장 따라 할 수 있는 쉽고 구체적인 생활 팁이 많다. 이 책들의 목차는 미니멀라이프를 위한 지침이기도 하다.

우리의 미니멀 생활 일기
미니멀라이프를 즐기고 있는 24명의 인기 인스타그래머와 블로거들이 자신의 집을 모델로 어떻게 정리하고 청소하는지 알려주는 <우리의 미니멀 생활 일기>(SE 편집부 지음, 미메시스 펴냄)는 글, 사진, 편집디자인까지 미니멀한 예쁜 책이다. 이 책들을 보면서 가장 먼저 고민하게 된 건 뜻밖에, 나의 취향과 내가 지향하는 가치가 무엇인가 하는 문제였다. 미니멀리스트가 되기 위한 몇 가지 지침을 정리해본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은 무엇일까
미니멀라이프는 일상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물건만을 두고 살아가는 삶을 뜻한다. 최소한의 물건, 예를 들면 꼭 하나만 남겨야 한다면, 그건 가장 좋아하는 물건일 것이다. 또, 꼭 하나만 사야한다면, 적당히 마음에 드는 물건이 아니라 좀 비싸더라도 정말 마음에 드는 물건이 아닐까. 그렇다면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은 무엇일까. 미니멀라이프는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내게 반드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가는 과정, 즉 내게 집중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버리기가 아니라 남기기. ‘내가 정말 좋아하는 물건만으로 둘러싸인 생활이 곧 미니멀라이프’라는 말이 이해가 갔다.

물건이 적으면 청소가 편하다
많은 미니멀리스트들의 좋은 습관이자 취미 중 하나는 청소. 그들의 청소 시간은 대개 하루 24시간 중 30분 안팎이다. 물건이 없으니 청소가 쉽고, 매일 오며가며 몇 분만 투자하면 되니 부담이 없다. 이 법칙은 청소뿐 아니라 요리에도 적용된다. 제철 식재료와 영양 균형이라는 확고한 기준 아래 반찬의 가짓수도 심플해진 것이다. 덕분에 집은 세상에서 가장 쾌적하고 편한, 온전한 휴식의 공간이 된다. 정리와 청소에 드는 시간이 줄어드니 생활과 마음에도 여유가 생긴다. 그래서인지 미니멀리스트 중에는 삶의 여유를 즐기며 취미생활에 몰두하는 이들이 많았다.

품목별로 한데 모아보자
연필은 연필대로, 볼펜은 볼펜대로, 옷은 봄가을용, 여름용, 겨울용, 다시 셔츠, 아우터, 바지, 스커트 등으로. 집안 곳곳에 흩어져 있던 물건들을 품목별로 한곳에 모으는 것이 정리의 시작이다. 누구는 이 과정을 통해 평생 쓰고도 남을 메모지와 수건, 장바구니를 찾았다고 한다. 소유하고 있는 물건의 수를 파악하고 줄였다면, 그 다음 할 일은 물건의 자리 찾아주기. 제자리에 들어가지 못한 물건은 집의 적정 보유량을 초과한 것이다.

나를 설레게 하는가
물건을 정리할 땐 스스로에게 정말 꼭 필요한 물건인가를 질문해봐야 한다. ‘정리의 여신’으로 불리는 일본의 정리 컨설턴트 곤도 마리에(<타임>지 선정 ‘2015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중 한 명이자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의 저자)는 물건을 만졌을 때 설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라고 조언한다. 친구와 함께 찍은 옛 사진에 마음이 설렌다면 남겨야하지만, 값비싼 액자라도 아무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꼭 필요한 물건은 아니라는 말씀.

목표는 ‘행복’
함께 생활하는 가족이 많을수록 미니멀라이프를 마음껏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아무리 가족이라도 내 스타일을 무조건 강요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럴 땐 각자의 공간을 정한다. 함께 쓰는 부엌, 거실, 욕실 등은 서로를 위한 최소한의 미니멀라이프, 각자의 방은 너만의 라이프스타일대로. 가족의 짐은 포기하거나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존중하는 것이다. 미니멀라이프란 절대선이 아니다. 미니멀라이프의 최종 목표는 ‘행복한 생활’임을 잊지 말자.

사진. 톤스튜디오
스타일링. 그린테이블 김윤정

글을 쓴 한정혜는 음식과 문화, 환경 속에 깃든 이야기를 찾아 글을 짓고 알리는 일을 한다. 바람은 자연스럽게, 맛있게, 일하기.

About 자연을담는큰그릇 편집실

풀무원과 자연을담는큰그릇에 오래도록 연정을 품고 있는 구력있는 전문 프리랜서 기자들과 풀무원 웹진 담당 에디터가 함께 '자연을담는큰그릇'을 만들어나가는 공간입니다.